지난 20일 찾은 충북 충주시 성내동 구도심의 관아골. 작은 골목들 사이로 옛집을 개조한 카페와 식당 등이 자리하고 있다./충주=홍인석
지난달 20일 찾은 충북 충주시 관아골 골목에는 오래된 건물을 고쳐 만든 카페와 숙박시설, 공방 등 작은 상。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낡은 건물과 새로 단장한 공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약 10년 전만 해도 빈집이 늘어서고 사람의 발길이 끊겼던 동네라는 사실을 떠올리기 어려웠다. 평일 이른 시간이라 무리를 지은 관광객은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한때 우범지대로 지목됐던 관아골 변화를 이끈 중심에는 로컬(지역) 브랜드 ‘세상상회’가 있다. 13년간 비어 있던 집이 카페로 변신했고, 뜻이 같은 청년 창업가들이 식당, 카페 등을 만들었다. 현재 세상상회를 중심으로 걸어서 10~15분 거리에 작은 브랜드 30여 개가 모여 ‘동네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세상상회를 만든 이상창 대표는 2017년 충주에 정착했다. 경북 구미 출신인 이 대표와 인천 출신인 아내 모두 충주에는 연고가 없었다. 부부는 비슷한 시기 암 투병을 했고, 이후 어디에서 어떻게 살지 고민하다가 충주를 새로운 출발.으로 삼았다.
이 대표는 “지방에 내려간 청년들이 2~3년 뒤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단순히 살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에 필요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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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어 “충주는 다른 관광 도시보다 대표적인 콘텐츠가 뚜렷하지 않아 하얀 도화지처럼 보였다”며 “우리 속도와 방향을 품어주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는 도시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충북 충주시 성내동 구도심의 관아골에서 열린 담장마켓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구경하고 있다./이상창 세상상회 대표 제공
세상상회를 중심으로 형성된 동네 생태계는 처음부터 하나의 콘셉트에 갇히지 않았다. 창업 초기부터 뜻이 맞는 5명과 의기투합해 카페와 숙박, 공방, 디자인 등 각자의 브랜드와 공간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통일된 소재나 방향성을 추구하지 않고 각자 잘할 수 있는 일을 주업으로 삼으면서 상권을 위해 필요할 때마다 협업을 진행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 대표는 “우리가 한 일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던 동네에 좋은 자극을 주는 것”이라며 “누군가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도록 파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관아골의 달라진 위상은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약 10년 전 60%에 달했던 공실률은 현재 10% 수준으로 낮아졌고, 연간 방문객은 5만명까지 늘었다. 이 가운데 약 5000명은 골목의 변화 과정과 지역 활성화 모델을 살펴보기 위해 찾는 견학객이다. 부동산 가치도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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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약 120만원이었던 일대 가격은 최근 450만원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 대표는 “세상상회는 초기 2억원의 매출을 냈고 지금은 3억원 중반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에도 변곡이 없었다”며 “초기에 같이 시작했던 창업가들도 지금까지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일 보탬플러스가 관리하는 충북 충주시 성내동 관아골의 한 카페에서 손님이 나오고 있다./충주=홍인석
관아골의 다음 과제는 방문을 체류로 연결하는 일이다. 골목을 찾는 사람은 늘었지만 단체가 머물 숙박 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 대표를 포함해 청년 창업가들이 모여 설립한 ‘보탬플러스’도 힘을 실을 계획이다.
보탬플러스는 2년간 방치된 옛 염소탕집(330㎡)을 사들여 복합 문화 공간 ‘고티맨숀’으로 재탄생시킨 경험도 있다. 관아골을 둘러보고 떠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룻밤 머물며 동네의 일상과 문화를 경험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연고 없는 지역에 뿌리를 내려 ‘동네 생태계’를 조성한 이 대표는 미래의 로컬 창업가들을 위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정부 지원이 일회성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저금리로 자금을 빌려줘 사업 기반을 마련하게 하고, 상환 책임을 통해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청년들도 입지가 좋은 곳만 찾기보다 자신의 역량을 어느 지역의 빈틈에 보탤 수 있을지 고민하고, 같은 뜻을 품은 사람들이 모일 때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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