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청년이 네이버도 카카오도 아닌 귀뚜라미를 골랐다. 이봉학 반달소프트 대표 얘기다. 고등학생 때 이미 발명 특허를 여러 건 냈고, 대학에서는 정보기술(IT) 창업만 세 번 했다. 그런 그가 2017년부터 붙들고 있는 것은 사육상자 안에서 자라는 쌍별귀뚜라미다.
귀뚜라미 대량 번식에 성공한 반달소프트. (반달소프트)
반달소프트는 식용 곤충을 키우는 회사가 아니라 곤충을 키우는 기술을 파는 회사다. 사물인터넷(IoT) 장비와 소프트웨어, 로봇을 묶어 곤충 농장을 자동으로 돌리는 시스템을 만든다. 2020년 8월 법인을 세웠고 지금은 경기 성남 판교에 자리를 잡았다. 등록 특허는 9건, 소풍벤처스를 비롯한 임팩트 투자사 세 곳이 투자했다.
아프리카 봉사, 그리고 아버지의 한마디
처음부터 곤충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대학 시절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것이 첫 단추였다. 식량이 모자라 굶는 현장을 보면서 기술이 편리함을 파는 데서 그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 단추는 집 안에서 끼워졌다. 은퇴 뒤 할 일을 찾던 아버지가 “곤충을 키워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이 대표도 처음에는 낯설었다. 그런데 자료를 뒤져보니 셈이 달랐다. 곤충은 좁은 공간에서 적은 사료로 단백질을 만든다. 소 한 마리를 키우는 데 드는 땅과 사료, 물을 떠올리면 차이가 크다. 농식품을 다루다 남는 부산물을 먹이로 돌려쓸 여지도 있었다.
그런데 정작 현장은 딴판이었다. 온도계를 들여다보고 물통을 채우는 일을 사람이 직접 했다. 농장이 커질수록 사람 손이 늘어나는 구조였다. 이 대표는 “내가 해온 IoT와 소프트웨어를 붙이면 바꿀 수 있는 산업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구축한 귀뚜라미 전용 스마트팜. (반달소프트)
릴게임백경
물론 순탄하지 않았다. 급수 장치가 말썽을 부려 귀뚜라미를 무더기로 죽이기도 했고, 사료가 상해 한 동을 통째로 비운 적도 있다. 장비가 멈추면 한밤중에 차를 몰고 농장으로 달려갔다.
귀뚜라미로 돈 버는 법...일찌감치 알아채다
귀뚜라미를 키워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버는지부터 짚어보자. 농림축산식품부 2024년 곤충 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국내 곤충 판매액은 528억원, 이 중 귀뚜라미가 30억원이다. 사육 농가는 150곳. 단순히 나누면 농가 한 곳당 연 2000만원꼴이다. 다만 잘하는 농가는 얘기가 다르다. 쌍별귀뚜라미 1500kg을 생산해 연 6000만원 소득을 올린 강원 원주 농가 사례가 있다. kg당 4만원 안팎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쓰임새는 세 갈래로 갈라진다. 살아 있는 채로 나가면 도마뱀과 개구리 먹이가 된다. 말려서 빻으면 사람이 먹는 식품용 단백질 원료가 되고, 같은 분말이 사료 원료로도 들어간다. 반달소프트는 국내에서 ‘로얄라미’ 브랜드로 건조 귀뚜라미와 분말 제품을 팔고, 사료 업체에 원료를 공급해 기업 간 거래(B2B) 매출도 올린다. 실태조사에서 식용 판매액은 236억원으로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귀뚜라미 분말 등의 수출에 성공한 반달소프트. (반달소프트)
다만 회사의 본업은 따로 있다. 귀뚜라미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귀뚜라미를 키우는 설비를 파는 쪽이다. 곡괭이를 든 사람들 옆에서 곡괭이를 파는 셈이다. 농가와 기업이 귀뚜라미를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사육시설과 자동 급수·급여 장비, 환경제어 시스템을 한 세트로 공급하고 여기에 반달허브 소프트웨어를 얹는다. 이 장비 공급이 반달소프트의 주된 수익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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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주력 제품인 ‘IoT 트윈스타팜’을 “곤충 농장에 자동운전 기능을 넣는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사육 공간을 위로 쌓아 좁은 면적에서 많은 개체를 키우고, 센서와 자동화 장치가 온도·습도와 물·사료 공급을 맡는다. 농장에 사람이 없어도 지금 몇 도인지 확인하고 정해진 시각에 급수를 돌릴 수 있다.
이봉학 대표는 스마트팜 설비 자체를 수출하는 사업도 병행 중이라고 밝혔다. (반달소프트)
올해 내놓은 사육 로봇 ‘라미봇’은 한 발 더 나갔다. 로봇 한 대가 사육동 전체를 돌며 물과 먹이를 준다. 30평에서 연간 200만마리를 생산하는데, 마리당 0.5g으로 단순 추산하면 1t 남짓이다. kg당 4만원을 받으면 농가 매출로 연 4000만원대가 나온다. 설치비는 기존 사육 장비보다 40%가량 싸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농가가 몇 해 안에 본전을 뽑을 수 있어야 장비가 팔린다는 계산이 깔렸다.
AI는 눈과 귀 노릇을 한다. 카메라로 사육상자를 찍어 머신러닝으로 개체 크기와 밀도, 성장 단계를 읽는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온도와 성숙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에 착안해 소리 데이터로 상태를 가늠하는 연구도 했다. 이 대표는 “AI가 농장주를 대체한다기보다 이상 징후를 남들보다 빨리 알아채게 돕는 기술”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작 가장 애를 먹은 공정은 물과 먹이였다. 물을 많이 주면 습도가 올라 사료가 썩고, 적게 주면 폐사한다. 수십만마리가 한 공간에 있으면 작은 오차가 큰 손실로 번진다. 이 대표는 “요리로 치면 불 조절 같은 일인데, 수백만 인분을 한꺼번에 하는 셈”이라며 “공급량과 주기, 사육 밀도를 수없이 시험해 표준으로 굳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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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로는 국내에 묶여 있지 않다. 논산·상주·대전·이천·평창 등에 설비를 깔았고 공공조달 계약도 확보했다. 미국과 스페인으로는 장비를 수출했다. 사육은 자회사 트윈스타팜이 맡고 본사는 기술에 집중한다. 직접 생산을 키우면 결국 다른 농가와 경쟁하는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
날씨가 곧 원가, 그래서 베트남
귀뚜라미는 변온동물이다. 바깥 온도가 성장 속도를 좌우한다. 30도 안팎에서 잘 자라니 한국에서는 겨울 난방비가 원가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
베트남은 그 온도를 날씨가 공짜로 만들어준다. 이 대표가 베트남을 고른 이유도 인건비가 아니라 기후였다. 2024년 굿네이버스글로벌임팩트와 손잡고 합작법인 반달소프트베트남을 세웠고, 120평 농장에서 연간 100만마리 이상을 생산하도록 설계했다. 이 생산거.을 발판으로 생산량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해외 단백질 원료 시장까지 넓힌다는 것이 다음 그림이다.
해외 박람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모은 반달소프트. (반달소프트)
다만 덥기만 하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온도와 습도가 지나치게 높고 환기가 모자라면 질병과 폐사로 이어졌다. 밀폐형 시설을 돌리며 시행착오를 겪은 뒤 현지 기후에 맞춰 환기와 사육 구조를 손봤다. 한국형 스마트팜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자연이 해주는 몫은 자연에 맡기고 모자란 부분만 기술로 채우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귀뚜라미를 넘어 농식품 부산물을 먹어치우는 동애등에로 자동화 기술을 넓힐 계획이다. 동애등에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101억원어치가 팔린 사료용 곤충 시장의 주력이다.
시장 규모 어떻게 키울지도 관건
시장 규모가 우선 걸린다. 귀뚜라미 판매액 30억원은 국내 곤충 산업 528억원의 6%에 못 미친다. 장비 수요의 바탕이 되는 사육 농가·법인 수도 2024년 2949곳으로 전년보다 2.1%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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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꼽는 걸림돌도 같은 곳을 가리킨다. 농촌진흥청이 곤충 사육 농가와 업체를 상대로 조사한 애로사항에서는 먹이용 사료 지원이 1순위, 수요처 확보가 2순위, 소비자 인식 변화가 3순위로 나왔다. 버섯재배부산물 같은 농산부산물을 먹이로 쓰려 해도 사료 등록 절차에 걸린다는 지적이 따라붙었다. 반달소프트가 그리는 자원순환 구조가 규제 문턱에 닿아 있는 대목이다. 법 체계도 정리가 덜 됐다. 축산법은 곤충 14종을 가축에 넣었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곤충이 빠져 있어, 식용 곤충 농가가 위해요소중。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으려 할 때 근거가 모호해진다. 업계가 곤충산업법 개정을 요구하는 배경이다.
신한 소셜오프이노베이션 데모데이에서 1위를 차지한 이 대표. (반달소프트)
소비자 인식과 가격도 숙제다. 한국관광대 연구진이 2017년 수도권 성인 303명을 조사한 결과, 식용 곤충이 필요한 이유로는 미래 식량 확보(55.4%)가 가장 많았고 새로운 맛을 꼽은 응답은 1.7%에 그쳤다.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니라 필요한 자원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가격 경쟁도 만만치 않다. 대체 단백 소재 시장에서 맞붙을 분리대두단백(ISP)은 20kg 대용량 기준 kg당 6000원 안팎에 유통된다. 쌍별귀뚜라미는 생물 기준 kg당 4만원 선이고, 말려서 분말로 만들면 수율이 떨어져 단가는 더 올라간다.
게다가 반달소프트는 한국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베트남에서 생산을 돌리는 두 축을 동시에 끌고 가고 있는데 인력, 자금 등 경영 효율을 높일 ‘운영의 묘’도 필요해보인다.
보다 자세한 얘기는 이봉학 반달소프트 대표와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해봤다.
Q. 반달소프트는 어떤 회사인가.
A. 반달소프트는 귀뚜라미 같은 식용 곤충 농장에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로봇을 넣어 사육을 자동화하는 기술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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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8월 법인을 세웠고 경기 성남 판교에 있다. 우리는 곤충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곤충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기술과 인프라를 만드는 회사다. IoT 트윈스타팜과 반달허브, 사육 로봇 라미봇이 주력이고 등록 특허는 9건이다.
Q. 반달소프트는 귀뚜라미로 어떻게 매출을 내나.
A. 귀뚜라미는 지금 파충류 먹이부터 사료용, 식품용 단백질 원료까지 다양한 형태로 쓰인다. 국내에서는 ‘로얄라미’ 브랜드로 건조 귀뚜라미와 분말 제품을 판매하고, 사료 업체에 원료를 공급해 기업 간 거래(B2B) 매출도 낸다. 여기에 더해 농가와 기업이 귀뚜라미를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사육시설과 자동 급수·급여 장비, 환경제어 시스템을 공급하는 것이 주요 수익 모델이다. 국내에는 논산·상주·대전·이천·평창 등에 설비를 깔았고 미국과 스페인으로도 수출했다.
Q. 반달소프트가 곤충 판매 대신 스마트팜 솔루션에 집중한 이유는.
A. 직접 생산을 키우면 우리도 결국 다른 농가와 경쟁하는 생산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육은 자회사 트윈스타팜에 맡기고 반달소프트는 IoT와 자동화, 로봇,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기로 했다. 농장을 직접 굴리며 쌓은 기술과 데이터를 농가와 기업에 공급하면 여러 생산자가 함께 큰다. ‘곤충을 파는 회사’보다 ‘곤충 산업의 생산 인프라를 만드는 회사’가 시장이 크다고 봤다.
Q. 반달소프트가 베트남에 생산거.을 세운 이유는.
A. 인건비가 아니라 기후 때문이다. 귀뚜라미는 30도 안팎에서 잘 자라는데 한국은 겨울 난방비가 생산원가를 끌어올린다. 베트남은 그 온도를 자연이 만들어준다. 2024년 굿네이버스글로벌임팩트와 합작법인 반달소프트베트남을 세워 120평 농장에서 연간 100만마리 이상을 생산하도록 설계했다. 앞으로는 이 생산거.을 기반으로 생산량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해외 단백질 원료 시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농장이 커질수록 사